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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족적인 인간 및 행위

] 검사장의 특활비 횡령, 누가 수사해야 할까

[타파의 시선] 검사장의 특활비 횡령, 누가 수사해야 할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19년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시작할 당시에는 ‘좀 불투명하게 쓰고 낭비도 좀 했겠지’라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검찰이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상한 방식으로 소송에 대응을 한 것이다.
처음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에는 "자료는 있는데 공개는 못한다"고 했는데, 막상 소송을 제기하니 "자료가 없다"고 주장을 바꿨다. 특수활동비 집행과 관련된 자료는 단 한 장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1심 재판부에 의해 단호하게 기각됐다.
2심에서 검찰은 주장을 바꿨다. "자료는 있는데, 사건 번호 등 수사기밀이 포함되어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2심 법원은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되, ‘집행명목’과 ‘수령인의 이름’은 비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결정도 같았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상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자료를 받기로 되어 있는데, 어느 날 대검찰청 담당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머뭇거리면서 “2017년 4월 이전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자기도 미처 몰랐는데, 자료를 공개하려고 밀봉된 자료를 열어보고서야 ‘2017년 4월 이전 자료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싸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반복해 경험했다. 자료가 대량으로 존재하는데도 소송과정에서 법원에 "자료가 없다"고 거짓 주장을 한 것, 그리고 판결이 확정된 후에 뒤늦게 일부 자료가 “폐기되고 없다”고 하는 것은 다른 기관들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2023년 6월 23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검찰 특수활동비' 기록을 수령해 대검찰청 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2023년 6월 처음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고 난 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검증작업을 통해 많은 문제점을 밝혀냈다. 명절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이임 전 몰아쓰기, 비수사부서 지급, 수사와 무관한 자의적인 격려금 지급 등이 확인됐다. 심지어 회식비, 상품권 구입, 사진 촬영비용, 휴대폰 요금으로 쓴 경우까지 드러났다. 검찰이 특수활동비 자료를 내놓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윤석열은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도 의혹의 집결체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억 5,000만 원을 명절 떡값으로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특수부 검사들과 회식할 때마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현금화해서 금고에 넣어두고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의혹’일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특수활동비 ‘집행명목’과 ‘수령인의 성명'을 먹칠해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동부지검에서 사상 최초로 ‘먹칠없는 특수활동비’가 공개됐다. 비로소 여러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우선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2,136만 3,330원의 특수활동비를 ‘셀프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셀프수령’은 법적으로는 업무상 횡령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민간기업의 대표이사가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회사공금을 가져가서 마음대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업무상 횡령’이 성립한다. 그런데 검사장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스스로 챙겨간 것이다. 당연히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더구나 모든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런 행태를 보인 것도 아니다. 셀프수령 건이 하나도 없는 검사장도 있었다. 그런데 심우정은 역대급으로 많은 특수활동비를 셀프수령했다.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서울동부지검에서 사용된 특수활동비의 15%를 셀프수령했다.

심우정이 이 정도인데, 윤석열은?

뿐만 아니다. 심우정은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2차례의 명절을 앞두고 특수활동비를 ‘떡값’으로 썼다.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1,160만원, 2022년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1,350만원의 특수활동비 봉투를 돌렸다. 현금봉투를 받은 사람은 차장검사, 각 부의 부장검사 등이다. 간부급들에게 골고루 떡값을 돌린 것이다. 특수활동비 용도에서 벗어난 집행이었다.
법원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국가정보원장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특수활동비를 정해진 용도 외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같은 잣대로 본다면, 심우정에게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심우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심우정이 이 정도인데, 윤석열은?" 이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2억 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쓴 것이 이미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셀프수령’ 같은 사례도 없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수사를 하면 어렵지않게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누가 수사를 하느냐다. 검사장급 이상 검사들의 범죄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공수처가 수사를 할 수 있지만, 공수처에도 검찰 출신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수사할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만한 의지와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심우정, 윤석열 등의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상설특검이든 별도의 특별검사법을 통해서든 독립적인 주체가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에도 힘이 더 실릴 수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은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진상을 제대로 드러내고 처벌해야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