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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Science] 거침없는 中 '우주굴기'..45억년 감춰진 달 뒷면 속살을 보다

[Science] 거침없는 中 '우주굴기'..45억년 감춰진 달 뒷면 속살을 보다

      

'창어 4호' 1년간 탐사 끝에
달 뒷면 지질구조 밝혀내
지하 40m까지 3개 지층
먼지·흙·암석조각 분석
태양계 변천사 중요 단서
올 12월엔 '창어 5호' 발사
달 샘플 채취해 귀환 임무
지난해 1월 사상 최초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 뒷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중국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1년여간의 탐사 끝에 달 뒷면 지질 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달 뒷면은 달 앞면보다 더 많은 외부 충격에 노출된 곳으로 달은 물론 태양계 변천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쑤옌 중국과학원(CAS) 국립천문대(NAOC) 교수와 엘레나 페티넬리 이탈리아 로마트레대 교수 등 공동 연구진이 창어 4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달 뒷면을 덮고 있는 레골리스층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두껍고 적어도 지하 40m 깊이까지는 3개의 서로 다른 지층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달 발표했다. 레골리스는 단단한 암석을 덮고 있는 불균일한 물질 층으로 먼지와 토양, 암석 조각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는 약 27.3일로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보인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달의 앞면' 또는 '달의 가까운 편', 보이지 않는 반대편을 '달의 뒷면' 또는 '달의 먼 편'으로 칭하는 이유다. 인류가 사진을 통해 처음 달 뒷면을 본 것은 61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여러 대의 탐사선이 달에 보내졌지만 모두 앞면에 착륙하거나 달 궤도를 돌며 달 뒷면을 멀리서 관측했을 뿐이었다.

반면 창어 4호는 지난해 1월 3일 사상 최초로 달 뒷면 남극 에이킨 분지의 본 카르만 크레이터(충돌구)에 착륙했다. 창어 4호의 탐사로버 '위투 2호'는 당초 설계 수명(3개월)을 훌쩍 넘어선 현재까지 1년3개월째 달 표면에서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달 표면에서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한 탐사로버는 1970년 10월부터 10.5개월간 운용된 구소련의 '루노호트 1호'였는데, 위투 2호는 이미 지난해 12월 루노호트 1호를 제치고 최장 운용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까지 위투 2호가 달 표면에서 주행한 거리는 총 399.8m 정도다.

위투 2호는 착륙 지점에서부터 서쪽을 향해 초기 106m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달 투과 레이더(LPR)'로 표면 아래 지층을 관측했다. 그 결과 달 뒷면 레골리스층 두께는 최소 40m 이상으로 확인됐다. 페티넬리 교수는 "달 뒷면을 덮고 있는 먼지·토양의 양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탐사선인 아폴로 등이 수집한 기존 달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 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LPR는 지하 투과 레이더의 일종이다. 저주파와 고주파 레이더 신호를 각각 탐사 대상 표면에서 내부로 투과시켜 물성 변화나 불연속면이 존재하는 곳에서 반사되는 반사파를 분석해 지하 구조와 지질을 파악할 수 있다. 달 지하에서 물 같은 자원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저주파는 최대 40m까지 투과 가능한 고주파보다 더 깊은 지하 100m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저주파 대역에서 유의미한 신호를 포착하지 못해 고주파 신호만 분석했다. 쑤 교수는 "실제 달 뒷면의 레골리스층은 40m보다 더 두꺼울 것"으로 예상했다.

달 뒷면의 레골리스층 상부는 깊이에 따라 다시 3개의 서로 다른 지층으로 나뉘었다. 지표면에서 지하 12m까지는 입자가 고운 먼지와 흙으로 이뤄져 있었고, 지하 12~24m는 폭 0.2~1m 규모의 부서진 암석과 굵은 모래로 구성돼 있었다. 그 아래 지하 40m까지는 고운 입자와 굵은 입자가 뒤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은하계 형성 초기 달 표면에 암석이나 소행성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지표면 아래 물질들이 바깥으로 여러 차례 분출돼 쌓이면서 다층 구조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앞서 중국 연구진은 창어 4호와 위투 2호를 이용해 달 뒷면 표면 곳곳에서 지각 아래 맨틀 성분으로 알려진 감람석과 휘석이 땅 밑에서 분출된 듯한 형태로 분포돼 있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리춘라이 NAOC 부국장(CAS 달·심우주 탐사본부장) 연구진은 지난해 5월 위투 2호가 달 뒷면 남극 에이킨 분지에서 '가시광선·근적외선 분광계(VNIS)'로 달 표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감람석과 휘석 등 맨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직경 2500㎞로 달 표면 크레이터 중 가장 규모가 큰 남극 에이킨 분지가 여러 소행성과의 충돌로 형성됐다는 학계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달의 지각과 맨틀이 달 형성 초기 마그마 바다에서 감람석, 휘석처럼 철분·마그네슘이 풍부한 광물들이 침하한 뒤 굳어져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런 가운데 남극 에이킨 분지에서 맨틀 성분으로 추정되는 광물이 광범위하게 발견되면서 이런 가설을 뒷받침했다. 감람석은 지구 지각 내에 가장 흔한 광물 중 하나이고, 휘석은 주로 화성암과 변성암을 구성하는 성분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달 너머에서 창어 4호와 지구 지상국 간 통신을 중계해왔던 '췌차오' 위성이 심우주 관측 임무 착수에 들어갔다. 췌차오는 중국어로 '오작교'를 뜻한다. 고요한 달 뒤편에서는 먼 우주에서 오는 0.1~40㎒ 수준의 저주파 전파를 관측할 수 있다. 이런 약한 신호의 전파는 지구에서는 대기권에 반사돼 대부분 포착되지 않는다. 이는 지구와 마주 보고 있는 달 앞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달 뒤편에서 포착되는 저주파 전파를 분석하면 별이 소멸하는 과정과 별과 별 사이에 있는 성간물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창어 4호 착륙 1주년을 맞은 지난 1월, 달 뒷면을 촬영한 수천 장의 고화질 사진을 공개했다. 위투 2호에 탑재된 '파노라마 카메라(PCAM)'로 촬영한 본 카르만 크레이터 사진에는 위투 2호의 양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창어 4호 착륙선 모습도 생생하게 담겼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본 카르만 크레이터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지형으로 형성 당시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창어 4호와 위투 2호는 지난 1일 달 뒷면에 밤이 찾아오면서 일시적인 동면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달 탐사 프로그램 측에 따르면 현재 창어 4호 착륙선과 위투 2호의 과학 장비들은 양호한 상태다. 당초 창어 4호 임무 기간은 1년이었지만 설계 수명을 넘어선 현재까지도 모든 장비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CNSA는 창어 4호의 임무 기간을 1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리 부국장은 "만약 탐사 장비들이 1년을 더 버틸 수 있다고 판단되면 위투 2호를 달 뒷면의 현무암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을 탐사하면 운석 충돌로 인한 분출물 분포와 구조를 더 상세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무암 지역을 통과할 경우 예상 주행 거리는 1.8㎞로 1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은 오는 12월 창어 4호의 뒤를 이어 달을 탐사할 '창어 5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창어 5호는 중국 최초로 달 표면 샘플을 채취해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달에 착륙해 최소 2㎏의 달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게 주요 목표다. 임무에 성공할 경우 창어 5호는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호' 임무 이후 40여 년 만에 달에서 샘플을 가져오는 탐사선이 된다. 달에서 샘플을 가져온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