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사랑을 위한 기도
1.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소서.
좋아한다고도 말하지 마소서.
그냥 오래오래 감정이 농익는 날까지 바라보고 바라보소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 침묵의 공기들이 저절로 그에게 그 말들을 전할 수 있게 참으소서.
2. 보고 싶다고 말하지 마소서.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묻지 마소서.
그리움이 그를 추격하지 않도록 멈춰서소서.
그가 쉴 수 있도록 그쯤에서 호흡을 고르소서.
차라리 그가 딴 사람을 바라볼 수 있도록 빈틈을 주소서.
가끔 잊도록, 잊어가며 가끔 기억을 두터이 하도록 놔두소서.
3.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하지 마소서.
내가 지금 너무 좋은 사람이면
늘 너무 좋은 사람이 되기는 어려우니
지금 조금 모자라고 허술한 사람인 것으로 기뻐하소서.
차라리 그 모자라는 사람인 채로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되려 하소서.
4. 기다리지 마소서.
밤늦게 혼자 기다리고 기다렸다 원망을 쌓지 마소서.
그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그가 내게 무엇인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소서.
그가 지금 그일 뿐인 것이 아쉽고 부족하다 여기지 마소서.
5. 고마워하소서.
지금 사랑이 제대로 되어가지 않는 일이
그와 나, 그 누구 때문이 아니라
그의 앞에 놓인 삶과 내 앞에 놓인 삶을 통째로
서로 맞춰가는 어마어마한 작업의 수고임을 깨닫게 하소서.
6. 다시 고마워하소서.
지금 고마운 마음이 처음의 고마움을 기억하기에
더욱 고맙도록 하소서.
감히 나 같은 것이 그를 만난 일이 고맙고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준 것이 고맙고
나를 보아주고 알아준 일이 고맙고
내내 그와 같은 세상을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도록 하소서.
그 처음이 하늘만큼 이미 고맙기에
다른 고마움들이 거기서 불어나게 하소서.
7.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미안한 마음이게 하소서.
불안도 미안도 모두 편치 않은 마음이나 불안은
너나나 내 주변이 못되면 어쩔까 하는 마음이고
미안은 그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불안은 앞으로를 걱정하는 마음이고
미안은 지난 것들을 되돌이키는 마음입니다.
미리 걱정하여 지금을 괴롭히지 않고
나를 걱정하여 그를 괴롭히지 말게 하소서.
8. 가끔 느릿느릿 숨 쉬게 하소서.
그를 바라보는 일은 내 삶의 숨쉬기처럼
느린 달콤함이게 하소서.
숨 쉬는 일처럼 사랑이 내 삶의 기본이고
숨쉬는 일처럼 사랑이 내 삶의 절박한 것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한번 숨 쉬고 죽어버릴 사랑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매순간 조금 조금씩 아껴하는 사랑이게 하소서.
9. 가끔은 고통 받고 울게 하소서.
고통 받고 우는 일을 원망하지 않게 하소서.
고통 받고 우는 일이 사랑의 좋은 일부임을 믿게 하소서.
욕망도 뉘우침도 아름다운 것이게 하소서.
슬픔도 외로움도 좋이 여기게 하소서.
그를 만난 슬픔, 그를 만난 외로움이
내 생애 깊이 배어들게 하소서.
그 슬픔과 외로움에도 그가 있음을 깨닫고 힘을 내게 하소서.
10. 늘 그를 믿게 하소서.
그를 의심하게 되는 짧은 순간에도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그를 믿고 있도록 하소서.
사랑이란 오직 저 가느다란 믿음 하나가 이어가는
긴 실오라기라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그가 미워질 때도 그를 믿게 하소서.
그 믿음이 여기 지금 당장의 확인과 자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조금씩 보태온 마음결들의 합계이게 하소서.
11. 당신을 위한 이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진정 당신을 위한 내 오롯한 기도가 되게 하소서.
당신을 위한 이 기도가 지금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어느 힘겨운 날에
지금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게 하소서.
이 기도가 그때 좋은 힘이 되게 하소서.
*느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십시오.
불 같이 정열적인 사랑은 그대로
이처럼 느린 사랑은 이대로 맛이 다르겠지요.
- 바다르체프스카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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