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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정"..화이자 백신 등 잇단 논란에 권영진 시장 향한 비판 거세

 

[경향신문]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일 대구시청에서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비공식적인 경로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추진하는 등 잇단 논란에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부끄러운 대구의 백신 자화상”

대구시가 정부에 구매를 주선한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정부는 도입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지난 3일 결정했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해당 업체가) 공식 유통경로에 해당하는 업체가 아니다”면서 “진위 여부가 불분명해 백신 자체에 문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입, 도입 절차는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권 시장은 지난 1일 지역 의료계가 자체적인 화이자 백신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메디시티협의회의 다양한 해외 채널을 통해 도입을 추진했고, 최근 상당 부분 가시적인 단계까지 와 있다”고 언급했다.

대구시의사회와 의료기관 모임인 메디시티협의회 등은 화이자 백신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를 통해 국내 백신 공급을 추진해왔으며, 대구시는 최근 화이자 백신 3000만명분을 3주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지역 의료계와 외국 무역회사의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권 시장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발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3일 ‘부끄러운 대구의 백신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권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화이자 백신과 관련한) 문제는 대구시 등이 정부에 전달한 화이자 백신 구입전달서가 공식 경로가 아닌 민간 무역업체로부터 제안 받았다는 데 있다”면서 “이를 대구시는 백신 자체도입 성과인 것처럼 언론에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권 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말한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 별개 아니다”면서 “지금 대구는 전국 백신 접종률 최하위에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산세가 증가하며 금일(3일) 대구지역 코로나 확진자 수는 7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에 나타난 영국 변이 바이러스로 대구 시민들은 더욱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거기다 이번 백신사태로 대구는 또 다시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이를 지켜보는 애꿎은 대구 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민주당 대구시당은 “‘아니면 말고’ 식의 대구시의 무책임한 행정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권 시장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권 시장은 사과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시장을 비롯한 백신 자체수급 논란의 장본인들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대구 시민 “쪽팔려서 대구에 못 살겠다” 아우성…외신에서는 ‘백신 사기’ 주의 보도까지

이날 한 대구 시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민은 “더 이상 쪽팔려서 대구에 살 수가 없어 청원을 남긴다”면서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안 될 일을 한 것은 정치적 야욕을 위해 움직인 것이며, 그로 인해 시민들은 타 도시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불쌍한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백신이 해외직구 상품도 아니고 보따리상 밀수품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며 “홍보는 주도적으로 해놓고 이제 와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신 도입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현재 사전 동의 100명이 넘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이자 백신 도입 논란이 불거진 후 대만에서는 “한국의 대구시장이 백신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백신 제공을 미끼로 접근하는 사기꾼들이 각국의 지자체장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4일 ‘망신살도 월드클래스 대구시,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일본 최대의 한류 전문 매체인 와우코리아는 대구시가 화이자 백신 관련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상황이 이렇지만 대구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약회사와 중앙정부 간의 접촉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있다고 전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누군가로부터 백신 관련 정보를 받았다”고 하면서 접근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많은 전달을 받았지만, 다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무역회사가 백신을 갖게 된 경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 민간회사와 개인 등의 백신 공급 제안이 있었지만 확인해 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백신과 관련한 여론이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권 시장이 세부적인 사정도 파악하지 못한 채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화이자 본사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 중앙정부와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공급하고 있고, 그 어떤 제3의 단체에도 한국에 백신 수입·판매·유통하도록 승인한 바 없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혔다.

화이자는 해당 백신의 진위 여부가 의심된다며 법적 절차까지 밟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이자는 “대구시 쪽에서 연락받은 무역업체는 공식 유통경로 업체가 아니며 해당 업체의 제안은 화이자 백신 거래가 아닌 것으로 파악되며, 진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본사에서 해당 무역업체 진위를 파악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고, 조사 과정에서 국제수사기관과도 적절히 협조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면. 대구시 제공

■“이상반응 치료비 제안도 성급” 비판

대구시가 시민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발표한 치료비 지원안 역시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시장은 지난달 31일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증 이상 반응 치료비 지원책과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중증 이상 반응 중 백신과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대구시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책임지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다 권 시장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중증 이상 반응에 대해서도 대구시 예방접종 이상반응 전문가위원회의 심의 해석을 넓게 해 대구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안팎에서는 이러한 발표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한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안과 별도로 치료비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감염병예방법 등 법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중 보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현재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이고, 1~2주 안에 결론이 난 뒤에 조례를 만드는 등 절차도 꼭 뒤따라야 한다”면서 “(권 시장의 대외적인 발표가) 이른 감이 있다”고 아쉬워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해 심의 해석을 넓게 하겠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지역 의료계는 현재 대구시 이상반응위의 경우, 관련 분야 전문가 10명가량이 명확한 지침과 판정 기준에 따라 심의하기 때문에 ‘폭넓은 해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4일 0시 기준 대구 지역의 3~6월 접종대상자 56만1339명 중 누적 접종자 수는 1차 접종 28만9155명(대구 인구의 12.0%), 2차 접종자 수는 9만9957명(대구 인구의 4.1%)으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예산과 성금으로만 2500억원 마련?

지난 1일 권 시장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 방안의 하나로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권 시장은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를 위해 미술관 및 관련 시설 건축비 2500억원을 시비와 시민성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건축비 전액 부담을 포함해 헤리티지센터 건립과 삼성의 역사와 공간을 연계한 ‘대한민국형 빌바오효과 창출’도 함께 약속했다.

당시 권 시장은 “시비와 시민성금은 대구 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과 국가 균형발전에 과감하게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의 표현”이라며 “이건희 헤리티지 건립은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의 뜻과 철학을 살리기 위해 제대로 된 전시로 기증품의 보존과 미래 세대로의 전승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건희 미술관’을 두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 분야 한 해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겠다는 대구시의 제안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전문가들은 관광 산업을 위한 유치 경쟁에 치우쳤다며, 그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이라고 말한다”면서 “새 미술관 건립에 앞서 지역 미술관부터 발전시킬 연구와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대구미술관의 미술 작품 구매비 부족과 이에 따른 소장품의 수나 수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정의당 대구시당은 설명했다. 이들은 또 새로 짓고 대형 사업을 따오기 위해 유치전에 전념하는 사이 기존의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는 더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더 척박해지는 문화예술 인프라와 시름에 빠진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나몰라라 하고 2500억원을 들여 미술관만 짓겠다는 대구시의 모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지난 2일 ‘대구시 금고는 마르지 않는 샘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방비가 제한된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토건사업 등 무분별한 국책사업 유치경쟁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하고, 그 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합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면서 “대구시장이 필요하면 공론화 위원회 등을 만들어 여론몰이하면서 시민세금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토건사업에는 왜 공론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구시 보건예산이 2021년 본예산 일반회계 대비 3.19%에 불과한 2343억원이고, 문화 및 관광 예산은 2646억원으로 이건희 미술관 건립 예산보다 작거나 비슷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또 재난·안전 예산은 1278억, 상하수도·수질·대기 등 환경예산은 1500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만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성공해 건립까지 4~5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단일 사업으로 엄청난 금액이라는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시가 미술관 투입에 2500억원을 쓰는 등의 모습을 보일 경우, 권영진 시장이 3선을 위해 시민 세금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치적 노림수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일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도 성명을 내고 “(‘이건희 미술관’ 건립 관련 사업과 화이자 백신 독자 도입 추진 등) 섣부른 과시형 정책의 일방적 결정과 발표를 반복하는 대구시의 모습이 크게 우려되며, 관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독자 구입 추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페이스북 캡처

■SNS 통한 정치적 목소리도 구설

권 시장은 지난달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외교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 시장은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라는 글에서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 받았다고 감읍해 하는 나라가 되었나? 개념 없는 정치야,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라면서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이 300개 넘게 달렸다. 이 중에는 권 시장이 직접 쓴 댓글로 있었다. 그는 ‘예상대로 벌떼처럼 달려든다’, ‘봉창 두드린다거나 비아냥거리지 말라’, ‘댓글 용역’이냐는 등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거친 글을 남겼다.

권 시장은 지난 3월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부 및 여당과 갈등을 겪다가 사퇴 직전 대구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 나타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권 시장은 윤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다가 꽃다발을 건네는 등 ‘깜짝인사’를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을 만난 직후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구 방문을 환영한다.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썼다.

이를 두고 당시 민주당 시의원들은 윤 전 총장 방문 다음 날인 4일 ‘권영진 시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권 시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권 시장이) 항상 주장하듯이 예산철만 되면 대구는 패싱되고, 남부권 신공항 문제 등 굵직한 국책사업에서 소외되는 이유가 대구시장의 편협하고 이기적인 정치활동 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 외로워진 것은 아닌가”라며 “권 시장이 대구의 미래와 대구시민들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앙정부와의 소통에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바람을 전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유행하는 노래 가사 ‘니가 왜 거기서 나와’처럼 꽃다발까지 준비해서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권 시장의 행보는 과연 대구시민을 위한 걸음이었을까”라면서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권영진 시장을 선출한 대구 시민들은 무엇이 되는가. 250만 대구 시민을 대표해서 임명직 검찰 총장을 공개적으로 영접하고 줄서기 함으로서 대구 시민에게 준 상처와 상실감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