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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당

'공수처 비대화' 논쟁, 대통령 친인척·의원 '기소대상' 제외..與 "포함해 달라는데도"

[the300]'공수처 비대화' 논쟁, 대통령 친인척·의원 '기소대상' 제외..與 "포함해 달라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친·인척, 주변 관료들에 대해 견제하는 기구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려 했는데) 과거부터 안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자신과 친·인척을 공수처 기소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대통령이 있다. 청와대·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야당에서 오히려 반대 목소리가 높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잠정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에 제한적 기소권이 자리잡은 배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26일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전자입법 시스템을 통해 발의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 공동 발의했다. 홍영표 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2일 공수처 설치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수처의 기소 대상은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으로 한정됐다. 기대를 모았던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 정부 장·차관 등은 모두 제외됐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29일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합의안의 일부 수정을 요구했으나 기소 대상에선 특별한 차이가 없다.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당장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5분의 3인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민주당 8명, 평화당 1명 등 위원 9명이 찬성해도 바른미래당 측 2명의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한국당도 무시할 수 없다. 공수처 설치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돼도 향후 법안 논의 과정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한국당의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이들 주장은 공수처 권한의 비대화를 근거로 한다. 기소 대상에 국회의원 등이 포함되면 공수처가 야당을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란 우려다. 제한적 기소권은 특정 계층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공수처 권한 축소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공수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공수처가 대통령 입김으로 청와대, 정부, 여당이 관계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른미래당이 '권은희 안'에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국회 동의를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기소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기소심의위원회도 별도 신설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또다시 '셀프 혜택'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제 2의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는 2015년 김영란 법을 통과시키면서도 의원의 경우 면책 가능한 '예외 조항'을 뒀다.

같은법 5조 2항 3목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 개정, 사업 개선 등을 제안·건의하는 행위는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당도 이같은 공수처 설치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시작이 절반'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기소권이 제한된 공수처 안을 안 받으려고 했다"면서도 "여권이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들을 기소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데 야당이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한적 기소권으로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제한적 기소권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공수처가 엄정하게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불기소 처분 시 공수처가 법원에 재정 신청하도록 했다"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은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