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비'를 들어 보셨습니까?
최근 어느 교회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 있었다. "서울에서는 교회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구역식구들 얘기 도중에 심방비라는 것을 듣고 그게 뭔지 궁금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목사님께 드리는 거라는데, 제가 다녔던 시골교회에서는 못 들어보던 단어라...누가 설명 좀 해주셔요." 그 교회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교역자(목사님이나 전도사님)가 성도의 가정을 방문할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헌금을 준비해서 하나님께 드리며, 또한 교역자에게 사례를 표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를 심방비라고 합니다. 여기에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의 표시입니다. 그런데 교역자가 성도의 가정을 심방하다가 보면 남모르게 구제를 해야 하는 일들도 있고, 돐이나 백일을 맞은 아이들, 새아기 출생, 이사,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등 교역자가 물질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어떤 때는 심방을 하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식사를 그를 때도 간혹 있답니다. 또 자동차에 주유도 해야합니다. 성도가 드린 심방비는 이런 여러 가지 용도로 쓰여집니다. 손님 대접하기를 즐겨하던 아브라함은 부지 중에 천사들을 대접하고 하나님께 큰 복을 받았습니다(창17장). 교역자가 심방을 오시거든 즐거운 마음으로 심방을 받으십시오. 믿음생활에 큰 진보와 승리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우연히 이 글을 읽고 나는 많이 놀랐다. 우선 '심방비'라는 것이 교역자가 성도의 가정을 방문할 때 감사의 마음으로 교역자에게 사례를 표시하는 돈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방문할 때 소요될 금액을 지출할 목적으로 책정한 비용이 심방비 라고 나는 평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 멀리 찾아온 교역자에게 버스나 택시비를 똘똘 접어 넣어 드리던 미풍이 우리에게 있었다. 당연히 교역자는 그 돈을 받지 않으려고 몇 번이나 뿌리쳤다.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라 교역자가 성도의 가정을 방문할 때 '사례금으로' 드리는 돈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 잘못된 관행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이것이 또 관행이 되어 신앙을 왜곡시킬까봐 염려된다. 목회자들이 먼저 성도들에게 이런 일이 없도록 강단에서 분명하게 얘기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놀란 것은 사례비의 용도로 적시된 내용이다. 심방 하다 보면 교역자들이 물질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고 식사를 거를 때 식사도 해야 하고, 자동차 기름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이른바 '심방비'로 받은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한 경비는 마땅히 교회 경상비에서 책정되어 지출되어야 한다. 만일 교회가 그러한 돈을 아끼고 교역자들에게 기타 수입을 만들어 성도들 방문에 소요되는 경비를 만들게 한다면 이는 마치 소말리아 경찰들에게 월급은 주지 않고 적당히 민간인들 뜯어먹고 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심방은 목회 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목회비를 충분히 책정하고 지출해 드려야 한다. 그 돈을 심방한 가정에서 받아 채우게 할 수는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장로들을 위시해서 성도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놀란 것은 "손님 대접하기를 즐겨하던 아브라함은 부지 중에 천사들을 대접하고 하나님께 큰 복을 받았습니다(창17장). 교역자가 심방을 오시거든 즐거운 마음으로 심방을 받으십시오"라는 말이다. 성도를 방문한 교역자를 잘 대접하는 일은 마땅하다. 한국 교회 성도라면 대개 이런 자세가 되어 있다. 참으로 좋은 풍습이고 계속 이어져야 할 전통이다. 하지만 교역자 대접을 '부지 중에 대접하는 천사'에 비유하면 안 된다. 더구나 아브라함이 받은 복을 거론하는 것은 성도들을 오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교회 신앙이 기복 신앙이란 우려가 큰데, 십일조뿐만 아니라 이젠 '심방비' 조차 그런 수단으로 은연중 강조하면 교회가 갈 데까지 다 간 셈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성도들은 교역자를 잘 대접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가정 심방의 경우 봉투에 돈을 넣어 사례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고 하면 첫째, 심방은 목회 업무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일을 위해서 교회에서 사례를 받는다. 둘째, 사례를 주지 않는 가정보다 사례를 후히 주는 가정에 한번이라도 더 심방하고 싶은 유혹을 은연중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 만일 사례가 '마음의 표시'라면 정말 그런 마음을 표시하고자 하나 그럴 능력이 없는 가난한 성도는 소외된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대로 봉투 한 장이라도 건네 준 성도가 기도할 때 먼저 떠오르니 그 사람을 위해서 먼저 기도하게 된다. 돈을 받은 곳에 마음도 있다. 넷째, 무엇보다도 심방 사례가 관습화되면 교역자들의 생활비 책정은 자연히 심방 사례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많이 심방하면 수입이 더 생길 것이고, 수입이 더 생길 집만 더 자주 심방을 하게 될 것이다. 교역자의 자존감이 허물어지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목회 사역 자체가 돈벌이가 된다. 돈벌이가 된 목회는 삯군목자를 만들어낸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른바 '심방비'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교회 문화가 또 하나 생길까봐 걱정스러워 써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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